칼국수 면이 자꾸 줄어든다면, 반죽 숙성 시간부터 보세요
"면이 뚝뚝 끊겨요." "밀면 자꾸 줄어들어요." 집에서 칼국수 해 보셨다는 손님들한테 제일 많이 듣는 말이에요. 들어 보면 대부분 숙성 시간이 짧은 경우예요.
망원동에서 아침반죽 손칼국수를 하고 있습니다. 가게 이름에 반죽이 들어가다 보니 이 얘기는 한 번 제대로 써 두고 싶었어요. 저희는 하루 두 번 반죽하는데, 여기 적는 건 점심 장사에 쓰는 하룻밤 반죽이에요. 아침에 하는 저녁용 반죽은 냉장고에서 9시간쯤 쉬고 나갑니다.
저희 가게 반죽 (밀가루 1kg 기준)
- 중력분 1kg
- 물 430ml
- 소금 15g
- 식용유 1큰술
소금은 물에 먼저 녹여서 넣어요. 소금이 알갱이째 들어가면 그 부분만 면이 끊어집니다.
물은 한 번에 다 붓지 말고 400ml만 먼저 넣은 뒤 상태를 보면서 나머지를 더해요. 날마다 밀가루 상태가 조금씩 다르거든요. 비 오는 날은 공기가 눅눅해서 물을 10ml쯤 덜 넣습니다.
물 온도도 계절 따라 바꿔요. 여름엔 냉장고에 넣어 둔 찬물, 겨울엔 손을 넣었을 때 미지근한 정도(30도쯤)의 물을 씁니다. 여름에 미지근한 물로 반죽하면 숙성 중에 반죽이 너무 퍼져요.
반죽에 전분을 섞으면 더 쫄깃하지 않냐는 질문도 받는데, 저희는 반죽 속에는 넣지 않아요. 넣어 보니 면은 쫄깃해지는데 국물이 금방 걸쭉해지더라고요. 맑은 국물로 내는 가게라 빼기로 했어요.
손가락으로 눌러 보면 알아요
처음엔 보슬보슬 덩어리가 지다가, 5분쯤 치대면 한 덩어리로 뭉치고, 10분이면 겉이 매끈해져요. 손가락으로 꾹 눌렀을 때 자국이 천천히 올라오면 다 된 거예요.
숙성은 냉장 하룻밤, 꺼내서 상온 1시간
반죽을 비닐로 꼭 싸서 냉장고에 12시간 넘게 둡니다. 저녁 8시에 장사를 마치고 반죽해서 넣으면, 다음 날 아침 8시에 꺼내요. 꺼내자마자 밀면 차가워서 잘 안 밀려요. 상온에 1시간 두었다가 밀기 시작합니다.
하룻밤 재운 반죽은 밀대로 밀어도 덜 줄어들어요. 반죽이 충분히 쉬어서 늘인 모양 그대로 버텨 주거든요. 삶아도 덜 퍼지고, 쫄깃한 맛이 그릇 바닥까지 갑니다.
집에서 하룻밤이 어려우시면 상온에서 30분, 할 수 있으면 1시간이라도 두세요. 반죽하자마자 밀면 고무줄처럼 자꾸 되돌아가요.
시간표로 보면
| 시간 | 하는 일 |
|---|---|
| 전날 저녁 8시 | 반죽하고 10분 치대기 |
| 저녁 8시 15분 | 비닐로 싸서 냉장고에 |
| 다음 날 아침 8시 | 꺼내서 상온에 두기 |
| 아침 9시 | 밀고 썰기 시작 |
| 오전 11시 | 첫 손님 |
밀고 썰 때
썰 때 붙지 말라고 뿌리는 덧가루로는 전분을 아주 조금만 써요. 밀가루보다 면끼리 덜 붙어요. 어떤 가루든 많이 묻은 채로 삶으면 국물이 걸쭉해지니까, 넣기 전에 한 번 털어 주세요.
반죽을 3mm 두께로 민 다음, 덧가루를 살짝 뿌려 세 번 접고 썰어요. 썬 면은 바로 손으로 털어서 펼쳐 둡니다. 뭉쳐 두면 금방 서로 달라붙어요.
삶는 시간
3mm 생면은 끓는 국물에 넣고 4분에서 4분 반이면 됩니다. 냉장 숙성한 반죽은 조금 더 단단해서 30초쯤 더 끓여요.
반죽이 남았을 때
냉장고에서 이틀까지는 괜찮아요. 사흘째부터는 겉이 거뭇해지고 시큼한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오래 두실 거면 한 번 먹을 만큼(200g쯤)씩 나눠서 비닐로 싸 냉동하세요. 한 달 안에 드시고, 드시기 전날 냉장실로 옮겨 하룻밤 녹이면 됩니다. 전자레인지로 녹이면 겉만 익어서 밀 때 찢어져요.
이렇게 하면 실패해요
- 물을 한 번에 다 붓기: 반죽이 질어져서 밀가루를 계속 더하게 되고, 비율이 무너져요.
-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밀기: 잘 안 밀리고 가장자리가 갈라져요.
- 덧가루 듬뿍 묻은 채로 삶기: 국물이 걸쭉해져요.
전날 반죽해 두는 게 번거롭긴 해도, 한 번 해 보시면 차이가 바로 느껴지실 거예요. 그래도 손이 안 가는 날엔 가게로 오세요. 아침 9시부터 제가 밀고 있습니다.